이번 ‘텍스트힙 트렌드와 도서/독서 관련 소비 경험’ 분석 결과,
- 텍스트힙 트렌드의 수혜자는 기성세대, 도서전·북카페 방문율 40대 1위
- 20대는 '굿즈'에, 40대는 '책'에... 세대별로 다른 지갑의 향방
- 텍스트힙 트렌드, 경험자는 적지만 전 세대가 ‘독서의 멋짐’에 공감
“텍스트힙” 트렌드, 요즘 핫하다는데 정말 느껴지시나요?
지난해 9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25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4년 도서 발행 부수는 전년 대비 2.7%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연감은 이러한 수치 회복의 배경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텍스트힙(Text-Hip)’ 현상을 주목했습니다. 독서가 단순한 ‘읽기’를 넘어 ‘소유와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됐으며, 취향을 반영한 오프라인 행사가 책 소비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분석이 실제 소비 현장에서도 유효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텍스트힙 트렌드가 책을 둘러싼 오프라인 공간 경험을 확산시키고, 이를 소비로까지 연결하고 있을까요?
단순히 화제성만 높은 것은 아닐지, 혹은 세대별로 소비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픽플리 팀은 지난 1월 19일~1월 20일, 전국 10~6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텍스트힙 트렌드, 종이책 구매 & 경험 소비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미디어 속의 텍스트힙 열풍이 도서전, 북카페, 굿즈 등 ‘책을 매개로 한 경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소비는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그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텍스트힙 현장의 주인공은 Z세대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서울국제도서전의 오픈런 행렬이나 성수동 북카페의 인파를 보며 2030세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열어보니, 오프라인 공간을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꾸준히 점유하고 있는 세대는 다름 아닌 40대였습니다. 최근 1년 내 도서전 및 북페어 방문 경험을 묻는 질문에 40대가 27.0%(60명)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방문율을 보였습니다. 반면, 텍스트힙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이미지와 달리 20대의 방문율(20.4%, 37명)은 40대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20대 ‘1회성 이벤트’, 40대 ‘다시 찾는 공간’
최근 1년간 도서전과 북페어를 방문한 횟수 역시 주목해 볼만합니다. 물론 모든 세대에서 ‘1회 방문’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2~3회 방문’ 비율은 40대가 40.0%(24명)를 기록하며 20대(27.0%, 10명)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20대에게 도서전이 한 번 경험하고 인증하면 끝나는 ‘이벤트’에 가깝다면, 4050세대에게는 다시 찾게 되는 공간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입니다.
텍스트힙 현장의 또 다른 주역, 활기를 더하는 기성세대
이러한 ‘어른들의 향유’는 일상적인 공간인 북카페에서도 뚜렷하게 이어졌습니다. 조사 결과 40대는 59.9%(133명)의 방문율로 전 연령대 중 가장 활발하게 북카페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20대(50.8%, 92명)보다도 약 9%p 높은 수치입니다. 트렌디한 공간은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달리, 기성세대 역시 책을 둘러싼 오프라인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도서전이든 북카페든, 텍스트힙 현장은 20대만의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기성세대의 높은 참여는 개인의 취미를 넘어 자녀와 함께하는 교육적 목적이 결합된 ‘가족 단위 소비’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대는 ‘굿즈’에, 4050세대는 ‘책’에 지갑을 엽니다
책을 둘러싼 경험 소비의 지출 양상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20대는 책을 테마로 한 감각적인 ‘굿즈’에, 40대는 ‘책’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소비 흐름을 보였습니다.
20대의 장바구니엔 ‘취향’이, 4050세대엔 ‘책’이 담깁니다
물론 책을 테마로 한 굿즈를 구매해 본 ‘전반적인 경험률’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30대(43.4%, 95명)와 40대(39.2%, 87명)가 20대(34.3%, 62명)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도서전이라는 특수한 공간 내에서의 소비 행태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대는 책 구매(54.1%, 20명)만큼이나 굿즈 구매(48.7%, 18명) 비중이 높습니다. 한정된 예산의 절반을 굿즈에 할애할 만큼, 이들에게 굿즈는 도서전 방문의 핵심 목적이자 ‘소장하고 싶은 오브제’입니다. 실제로 도서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항목을 묻는 질문에, 20대의 24.3%(9명)는 ‘굿즈’라고 응답했습니다. 40대는 13.3%(8명), 50대 이상에서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나타나 20대 소비에서 굿즈가 차지하는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반면 4050세대의 지갑은 확실히 ‘책’을 향해 열렸습니다. 도서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항목으로 '책'을 꼽은 비율은 20대 40.5%(15명), 40대 46.7%(28명), 50대 72.0%(18명)로 나타났습니다. 4050세대에게 굿즈는 책 구매에 딸려오는 부수적인 즐거움일 뿐, 소비의 본질은 여전히 ‘책’에 있는 것입니다.
‘구경’은 20대가 하고, ‘실결제’는 40대가 합니다
이러한 소비 성향의 차이는 ‘어디서 지갑을 여는가’, 즉 책을 구매하는 채널 데이터에서도 드러납니다.
물론 편의성 높은 온라인 서점이 전 세대에 걸쳐 주 구매처 1위(20대 53.3%·90명, 30대 52.4%·108명, 40대 49.8%·107명)를 차지한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오프라인 구매 비중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20대의 경우 대형 오프라인 서점 구매율이 33.7%(57명)에 머문 반면, 40대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40% 선을 넘기며(40.9%, 88명) 가장 높은 오프라인 서점 이용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온라인 구매가 주된 소비 패턴인 20대와 달리, 40대는 여전히 책을 직접 보고 고르는 ‘현장 구매’의 습관과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남아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20대가 책을 둘러싼 공간을 즐기고 도서 구매는 온라인으로 이탈할 확률이 높다면, 40대는 공간 방문이 실제 현장 구매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진성 고객군’인 셈입니다.
‘텍스트힙’, 실체 없는 거품일까요?
도서전 오픈런은 ‘일부’의 이야기였습니다
미디어에서는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독서 열풍’을 조명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달랐습니다. 텍스트힙 트렌드는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으며, 4050세대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책과 공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질문의 초점을 ‘누가’ 즐기는가에서 ‘얼마나’ 즐기는가로 옮겨보면, 텍스트힙 열풍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우선 텍스트힙 트렌드의 한 축인 ‘오프라인 소비 경험’은 저변이 넓지 않았습니다. 종이책 관련 소비 경험이 있는 응답자 788명 가운데, 지난 1년간 도서전이나 북페어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3.1%(600명)에 달했습니다. 미디어가 조명한 오픈런과 인파는 종이책 관련 소비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약 4분의 1(23.9%, 188명)만이 공유한 제한적인 경험이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텍스트힙의 가장 본질적인 소비 지표인 ‘종이책 구매’ 양상은 어떨까요?
종이책 관련 소비 경험이 있는 응답자(788명) 중 93.8%(739명)가 지난 1년간 종이책을 구매한 적 있다고 답했지만, 구매자 10명 중 약 8명(81.1%)은 1년간 산 책이 5권 이하(1~2권 44.9%·332명, 3~5권 36.1%·267명)였습니다. 한 달에 채 한 권도 소비하지 않는 구매층이 대다수인 현실은, 텍스트힙 트렌드가 대중적인 독서 문화로 안착했다고 정의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대목입니다.
'힙함'은 공유하지만, 표현 방식은 갈렸습니다
흥미롭게도 텍스트힙 용어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유행의 주체로 지목된 20대보다 40대가 더 높았습니다. 텍스트힙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40대는 67.1%(190명), 50대는 66.4%(91명)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대는 42.7%(100명)가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용어를 모른다고 해서, 혹은 오프라인 경험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텍스트힙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종이책을 읽는 행위가 힙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 50.9%(119명), 40대 51.6%(146명), 50대 54.7%(75명)가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힙하다’는 응답 뒤에서도, 이 추상적인 가치를 일상 속에서 향유하는 방식은 세대별로 달랐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도서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항목을 묻는 질문에, 20대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굿즈(24.3%, 9명) 구매 비율이 20%를 넘겼습니다. 반면 40대는 13.3%(8명)에 그쳤습니다. 또한 북카페 방문 시 사진 촬영이나 SNS 인증을 즐기는 비중 역시 20대(19.6%, 18명)가 전 세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20대에게 텍스트힙이 굿즈와 인증샷으로 나를 보여주는 ‘브랜딩’이라면, 4050세대에게는 교양 함양과 자녀 교육을 위한 ‘일상’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마치며
이번 리서치를 통해 확인한 텍스트힙 트렌드의 실체는 미디어가 조명하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핵심 인사이트는 단순히 '책이 유행이다'라는 현상이 아니라, 세대별로 책을 소비하는 '목적'과 '공간을 향유하는 방식'이 완전히 분리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는 텍스트힙을 단순한 유행을 넘어, 타겟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텍스트힙은 독서 혹은 도서 구매를 넘어선 시공간적인 경험이며, 그 안에서 다양한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딩’ 요소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도서 구매 자체보다 ‘굿즈’ 구매와 ‘인증샷 촬영’에 더 높은 열의를 보이며, 공간을 1회성 이벤트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타겟팅할 때는 책의 내용적 깊이보다 ‘오브제’로서의 디자인과 희소성 있는 굿즈, 그리고 SNS에 기록될 만한 감각적인 공간 경험을 최우선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반면, 텍스트힙 현상에서 직접적인 소비와 실질적인 매출로 뒷받침하는 '진성 고객군'은 40대 중심의 기성세대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도서전과 북카페를 가장 활발하고 꾸준하게 방문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책'을 구매하는 비중도 가장 높습니다. 특히, 40대의 높은 참여는 자녀 교육과 연계된 가족 단위 소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케터는 세련된 감성 뒤에 숨겨진 기성세대의 강력한 구매력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이들을 위해 교양의 깊이와 가족 친화적인 경험을 결합한 큐레이션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텍스트힙 트렌드’는 종이책의 구매량이 늘어난다거나 실제 독서량이 크게 증가하는 형태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텍스트힙 트렌드가 아예 부풀려진 마케팅 용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산업들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한 경험 중심의 소비 문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그 큰 흐름이 출판 산업에도 옮겨온 것이고, 전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도서 문화를 일상에 안착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이제 브랜드는 책을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닌 고객이 브랜드 가치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정의해야 합니다. 텍스트힙이라는 키워드를 비즈니스에 차용할 때, 젊은 세대의 '경험 중심 소비'와 기성 세대의 '명확한 소비 니즈 및 실질적 구매력'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는 브랜드만이 화제성을 넘어선 유의미한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ℹ️ 설문조사 및 데이터 수집 방식
기간: 2026. 1. 19. 오후 1:29:07 ~ 2026. 1. 19. 오후 11:09:46
방식: 온라인(앱) 선착순 참여 방식
참여 인원: 국내 소비자(픽플리 유저) 1,000명
참여자 성별: 여성 53.4%(534명), 남성 46.6%(466명)
참여자 연령: 40대 28.3%(283명), 30대 27.2%(272명), 20대 23.4%(234명), 50대 13.7%(137명), 60대 이상 4.2%(42명), 10대 3.2%(32명) 순